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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 다시보기 맞벌이 부부

시간빈곤, 엄마의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2015.6.24.(수) 밤 11시 10분 2TV



삶의 질을 판단하는 척도로 ‘시간빈곤’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득빈곤만으로는 파악이 안 되는 숨겨진 빈곤층이 있다는 이유다.

작년 11월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과 미국 레비경제연구소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노동인구의 42%는 ‘시간빈곤’ 상태. 

‘시간빈곤’이란 1주일 168시간 중에서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을 뺀 

시간이 주당 근로시간보다 적을 경우를 의미한다. 

이 중에서도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 육아, 가사 노동의 삼중고로 

극단적인 시간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주 <추적 60분>에서는 시간빈곤과 소득빈곤이라는

이중 굴레에 갇힌 엄마들의 숨 막히는 24시간을 밀착 취재했다. 





■맞벌이로 일하는 엄마들의 시간과의 전쟁




매일 아침 한승희 씨의 집에서는 분초를 다투는 전쟁이 시작된다. 

아이 둘을 깨워서 등교시키기까지 한바탕 격전을 치르고 나서야 시작되는 출근 준비. 

밥 먹는 시간조차 아껴가며 급하게 집을 나서지만 지각하기 일쑤다. 화장도 못하고 

집을 나선 또 다른 엄마 조은주씨는 도로에 빨간불이 켜진 사이 재빨리 화장을 시작한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이러한 아침 풍경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들은 하루가 48시간이어도 모자란다고 말한다. 


“요즘은 일하는 엄마들이 자랑스러운 시대가 아니에요. 

이런 엄마들이 있기에 가정이 흔들리지 않고 

나라가 잘 서고 있다고 인정받고 싶어요.”

-일하는 엄마 박선주씨





■일하는 엄마들의 시간은 얼마나 부족할까?




제작진은 ‘시간빈곤’ 개념을 제시한 미국 레비 경제연구소와 함께 이들이 

실제로 얼마나 바쁜지를 수치화 해봤다. 5명의 일하는 엄마들의 일주일, 

총 168시간을 시간표로 그려 미국 레비 경제연구소에 보냈다. 

분석 결과, 맞벌이 부부인 한승희 씨는 35시간, 조은주 씨는 27시간이 부족했다. 

남들보다 1주일에 하루 이상이 더 필요한 이들은 일과 가사, 육아에 치여 

먹고 자는 시간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 11월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과 미국 레비경제연구소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동인구의 42%가 시간빈곤을 겪고 있었고, 이 중 56% 가량이 여성이었다. 

특히 엄마들이 더 바쁜 이유는 가사, 육아를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한승희 씨의 

가사 및 육아 시간은 주 50시간, 조은주 씨의 경우 53시간으로 4인 맞벌이가족의 

평균 가사노동시간이 55시간임을 고려하면 이들의 가사육아 부담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소득과 시간의 이중 빈곤에 시달리는 엄마들




저소득층의 경우 시간빈곤에 빠질 확률이 훨씬 높다. 

그리고 저소득층의 시간빈곤은 실질적으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여성 1인 가장은 시간빈곤, 소득빈곤이 같이 나타난다는 문제점이 있다. 

마트에서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여성 가장인 이지선 씨의 시간 사용의 특징은 

통근시간이 주당 23시간으로 평균인 7.5시간보다 15.5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야근을 하면서 받은 택시비를 아끼려고 양산에서 부산까지 4시간이 넘는 시간을 출퇴근에 쓴다. 

월급이 적기 때문에 월 15만원 남짓의 택시비라도 생활비에 보태야 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데 바빠 하나뿐인 딸과의 관계도 엉망진창이 됐지만,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받는 

최저 임금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버겁다. 



“늘 마음이 아프죠. 늘 죄인이니까. 

그렇지만 혼자 벌어서 아이랑 살아야 하니 

엄마로서의 시간은 포기할 수밖에 없죠.”

-여성 가장 이지선씨



작년 전체 근로자 중 기혼남성 비정규직 비율이 33.7%인데 반해 기혼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60.3%로 두 배가 넘는다. 심지어 여성은 남성보다 25.9%나 높은 수준인 39.1%가 저임금 계층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엄마들의 경우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같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다 가사, 육아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매일 아르바이트 7개를 하면서 살고 있는 신영주 씨.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신문을 돌리는 것에서 

시작해 하루 종일 이어지는 고된 노동도 20년 가까운 시간을 반복한 결과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것도 힘에 부친다는 그녀에게 삶은 전쟁이었다. 


“부당하다든지, 돈이 적다든지 말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포기하는 거죠. ‘그 시간에 1시간이라도 더 일하자’고 생각해요.”

-여성 가장 신영주씨 


시간빈곤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복지, 보육정책을 세울 때 시간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돈을 벌더라도 저소득층 엄마들의 경우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고 그동안 아이들은 

방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주 <추적 60분>에서는 육아, 가사노동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과 이중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엄마들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